선천성 심장병
단원병원 소아청소년과 김 효 수과장
뜨거운 여름 작열하는 태양아래 이보다 더 뜨거운 곳이 있으니 그곳은 바로 단원병원 수술실이다. 몽골과 중국에서 데려온 선천성 심장병 아이들을 수술하는 곳이다. 김병열 원장님과 김인섭 과장님이 뜨거운 가슴 차가운 이성으로 무장하고 날카로운 메스를 들고 심장을 멈추게도 하고 다시 움직이게도 하여 새로운 심장을 주는 곳이다. 경이로운 현장이다. 이런 일들이 이틀에 한 번 꼴로 행해지고 있다.
우리가 외래에서 가장 많이 접하게 되는 첫 번 째 유형의 환자는 심장에서 잡음(murmur)이들린다는 말로 외래를 찾아온다. 대개 소아청소년과에서 진단 받게 되는데 대부분이 심실 중격 결손, 심방중격 결손, 동맥관 개존증이다. 선천성 심장병의 발생율은 복잡 심기형을 포함하면 1000명당 6-8명정도이다.
얼마전 외래에 아주 예쁘게 생긴 건강한 여고생이 건강검진에서 잡음이 크게 들린다고 왔다. 생후 8개월 무렵에 심장 수술을 했다는데 어머니는 정확한 진단명을 몰랐다. 심초음파를 해보고 나서 내린 결론은 활로 4징(Tetralogy of Fallot)이라는 선천성 심장병으로 판단되었다. 그러나 요즘은 위의 질환같은 선천성 심장병(복잡기형)을 찾아 보기 힘들어 졌다. 산부인과에서 산전 초음파를 해서 진단받고 유산시키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최근 심장병 치료의 획기적인 발달로 인하여 선천성 심장병, 특히 복잡 심장 기형의 완치율이 급격히 향상되고 있다. 과거에는 못 고치는 병으로 알려져서 진단과 함께 치료를 포기하였던 많은 선천성 심장병 환자들이 근래에는 출생 직후 적절한 치료 계획을 세워서 적극적인 치료를 해주면 정상인으로서의 생활이 가능하게 되었다. 그러나 이에 관한 최신 지식과 치료결과가 일반인은 물론 의료인들조차도 잘못 알 고 있는 경우가 많으며 이로 인하여 올바른 치료를 받았으면 건강한 삶이 가능하였을 환자들이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한 안타까운 경우를 종종 접하게 된다. 사실 선천성 심장병이란 산소가 많은 동맥혈과 산소가 적은 정맥혈이 어디에서 얼마나 섞이고 흐름이 어디에서 막혀있고 어느 조직과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를 제대로 파악한다면 의외로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단순 선천성 심장병은 전신으로 가야할 혈액의 일부가 구멍을 통하여 폐로 많이 가게 되어서(L-R shunt 라고함) 영유아의 경우 식은땀을 많이 흘리고 호흡수가 많아지고 심박동수가 증가 되어 칼로리 소모량이 많아진다. 이런 환아는 또래보다 성장이 늦고 체중이 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감기에 자주 걸리고 헐떡 호흡을 많이 하게 되므로 음식물들이 기도로 많이 넘어가게 되어 흡인성 폐렴의 위험도가 증가하는 경향이 있다. 영유아의 경우 잡음이 들리지 않는 경우에도 심질환이 있을 수 있으므로 성장이 잘 되지 않고 체중이 잘 늘지 않으며, 자주 감염성 폐질환이 발생하는 경우에는 선천성 심장병도 반드시 고려해봐야 한다.
진단은 대부분이 심초음파로 하게 된다. 진단율은 거의 100%에 가깝다. 아이들은 흉벽이 얇아서 심초음파 진단이 용이하기 때문이다.
진단이 되면 수술을 할 수도 있고 간단한 것은 혈관을 통해서 구멍을 막아주기도 한다.
중요한 것은 조기에 발견하여 폐동맥 고혈압이 생기기 전에 모든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폐동맥 고혈압이 생기기 시작하면 오히려 환아는 잡음도 덜 들리고 좋아지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이렇게 되면 폐소동맥이 두터워지고 좁아진 혈관으로 인해 폐혈류량이 감소해진다. 압력이 점점 높아져 폐혈관 저항이 체순환 저항보다 높아지면 역으로 이번에는 구멍을 통하여 폐혈류의 일부가 체혈류로 이동하는 현상(R-L shunt라고 함)이 발생(이러한 현상을 Eisenmenger증후군이라함)하게 되는데 이렇게 되면 아무것도 할 수 없고 다만 약만 투여하게 되고 생명의 단축이 나타날 수 밖에 없다.
암도 조기 발견하면 생존률을 크게 높이듯이 선천성 심장병도 조기 발견과 조기 치료가 중요하다.